설렘의 기억 / 서은수

설렘의 기억 / 서은수 1

혼자만 보면 설렌다는 것.

눈이, 시선이, 몸이, 심장이, 그리고 마음이 단 한 사람에게만 반응한다는 것이다.

20년간 연서만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온 윤이 그녀를 놓아준다는 것은 자신을 놓아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가 연서에 각인된 줄 알았다.

학대만 받아온 윤이연서의 아주 작은 친절을 갓 태어난 새끼 오리가 엄마를 각인하듯 받아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소설은 시종 잔잔하게 흐른다.

유명 앵커 아버지의 불륜으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가 된 연서와

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종의 학대를 받아왔다가 구조된 강윤.

그들은 잘못한 것이 없었음에도 세상의 잣대와 기준에 부딪혀 상처받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우연히 그때의 윤을 떠올린 연서와 달리 윤의 세계는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눈물을 흘리며 연서와 나눠 먹었던 바닐라 쉐이크, 샌드위치를 기억하던 윤.

연서를 놓치는 사이 그녀가 살던 광진구 마을 어딘가를 서성거리던 윤.

비록 남에게 주는 초콜릿이었지만 너무 기뻤던 윤.

연서가 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갈 때마다 한 걸음 더 앞서 나가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하던 윤.

하지만 그런 윤의 노력에도 연서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데…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할지 모른다.

윤이 그 정도로 성의를 보이고 매달렸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쉽게 말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포털사이트 연예인 가십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유명인사를 깨물면서도 남의 일이니 방관하고 일말의 죄책감도 갖지 않는다.

일, 그게 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내 꼬리표처럼 평생 따라다닌다면?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속물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자기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 연서가 아무리 애틋해도…

그래도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헬렌 켈러의 명언을 돌아보며

윤에게 다가갈 용기를 낸 연서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그냥 읽으면서 몇 가지 아쉬웠던 부분을 써보면

소설이 너무 잔잔하고 담담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기승전결 구분이 어려웠다는 것과

나름 극적인 요소로 보였던 할머니의 반대가 담을 넘듯 흐지부지되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연서의 삶을 불명예스럽게 만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등장 역시 특별한 설명 없이 사라져버린 것은 조금 허술하게 느껴졌다.

권선징악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용의 흐름이나 개연성을 위해 좀 더 설명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런데도 너무 술술 읽혀 놀란 작품이었다.

#설렘기억 #로맨스소설 #서은수

지금의 너의 눈물은 오래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진통과 같다.

너의 아픔을 곁에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너를 둘러싼 흔들림 없는 돌담 같은 사람은 될 수 있다.

그중 혼자 신음하고 도움이 필요해 밖으로 손을 뻗었을 때 가장 먼저 너를 지탱해주는 사람은 바로 나.

아픔이 기쁨으로, 눈물이 웃음으로, 상처가 행복하게 흐르는 과정을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설레는 기억.오늘의 이 고통이 더 큰 안온으로 귀결되는 그날이 오기를.